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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태양에 가까워지면 여름이 되고, 멀어지면 겨울이 된다고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어릴 때는 막연히 그런 줄 알았습니다. 태양이 뜨거운 열을 내는 별이니, 가까이 가면 더워지고 멀어지면 추워지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사실을 알고 나면 조금 놀라게 됩니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는 계절 변화와 거의 관련이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북반구가 여름일 때 지구는 태양에서 조금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시기라고 하니, 상식과는 반대인 셈입니다.
진짜 원인은 지구의 기울기
계절이 바뀌는 진짜 이유는 지구가 살짝 기울어진 채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자전축은 공전 궤도면에 대해 약 23.5도 정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 기울기가 핵심입니다. 지구가 똑바로 서서 태양 주위를 돈다면 지구상 어디든 일 년 내내 햇빛을 받는 각도가 거의 비슷할 텐데, 기울어진 채로 돌다 보니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동안 북반구와 남반구가 번갈아 가며 태양 쪽으로 더 기울었다가 덜 기울었다가를 반복하게 됩니다. 이 23.5도라는 숫자는 그냥 우연히 정해진 게 아니라, 지구가 형성될 당시 다른 천체와의 충돌 같은 여러 요인으로 생겨났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런 우주적인 사건 하나가 지금 우리가 겪는 사계절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북반구가 태양 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때는 햇빛이 지표면에 더 수직에 가깝게, 그리고 더 오랜 시간 동안 내리쬐게 됩니다. 그래서 이 시기가 북반구의 여름이 됩니다. 반대로 이 시기 남반구는 태양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햇빛이 비스듬하게, 짧은 시간 동안만 비치게 되고 겨울을 맞습니다. 지구가 공전 궤도를 반 바퀴 돌고 나면 이 상황이 정반대로 뒤바뀌면서 북반구는 겨울, 남반구는 여름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한여름 무더위를 겪고 있을 때, 지구 반대편인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두꺼운 옷을 챙겨 입고 겨울을 나고 있다는 사실도 이 원리로 설명이 됩니다.
왜 여름엔 낮이 길고 겨울엔 짧을까
이 기울기는 계절뿐 아니라 낮과 밤의 길이에도 영향을 줍니다. 북반구가 태양 쪽으로 기울어진 여름철에는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반대로 겨울철에는 낮이 짧아집니다. 여름에는 아침 일찍부터 해가 밝고 저녁 늦게까지 환한 반면, 겨울에는 오후 5시만 되어도 어두워지는 걸 느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이것도 결국 같은 원리, 즉 지구의 기울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극지방으로 갈수록 이 차이는 더 극단적으로 나타나는데, 북극이나 남극 근처에서는 여름철에 해가 지지 않는 백야, 겨울철에는 해가 뜨지 않는 극야 현상까지 나타난다고 하니, 같은 지구 안에서도 기울기 하나로 이렇게 극단적인 차이가 생긴다는 게 놀랍습니다.
햇빛의 각도가 만드는 차이
같은 양의 햇빛이라도 어떤 각도로 지표면에 닿느냐에 따라 받는 열의 양이 크게 달라집니다. 햇빛이 수직에 가깝게 내리쬐면 좁은 면적에 에너지가 집중되어 더 뜨겁게 느껴지고, 반대로 비스듬하게 비치면 같은 양의 빛이 훨씬 넓은 면적에 퍼지면서 덜 뜨겁게 느껴집니다. 여름철 정오의 햇빛이 유독 따갑게 느껴지는 것도, 겨울철 햇빛이 비교적 순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각도 차이 때문입니다. 손전등을 벽에 똑바로 비출 때와 비스듬히 비출 때 빛이 퍼지는 모양이 달라지는 걸 떠올리면 이해가 훨씬 쉬운데, 좁고 진하게 모이느냐 넓고 옅게 퍼지느냐의 차이가 결국 우리가 느끼는 계절의 온도 차이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알고 나니 새삼 신기한 사실
이렇게 알고 보니 계절이 바뀌는 이유가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정교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리가 아니라 각도, 그리고 그 각도를 만들어내는 23.5도의 기울기 하나로 지구 전체의 사계절이 만들어진다는 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학교 다닐 때 분명 배웠을 내용인데도 막상 다시 찾아보니 새롭게 다가오는 걸 보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다시 들여다보면 늘 새로운 발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계절이 바뀌는 걸 느낄 때마다, 지구가 조금 기울어진 채로 태양 주위를 묵묵히 돌고 있다는 사실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